2018/01/11 22:24

2018.1.11.꿈

꿈에서 H의 집에 갔다. 어딘가 많이 달라져있는 풍경. 일에 바쁜 탓인지 부엌은 어지러져 엉망이었고, 서재도 평소와 다르게 책이 무질서하게 꼽혀있었다. 나는 문득 결심한듯 그의 서재를 정리했다. 컬렉션 별로 분류해 보기 좋게 책의 배치를 바꿨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작가들의 책. 나는 보물을 매만지듯 소중하게 책들을 골라 그것이 본디 있어야 할 자리에 차곡차곡 옮겼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있었다. 갑작스레 문 따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미처 숨을 시간도 없이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놀란 표정으로 묻는 그. 여긴 왜 왔어? 멋쩍은 표정의 나.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 순간 그는 나를 보며 편안한 웃음을 짓는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익숙한 얼굴. 

우린 여러 얘기를 나눴다. 배경은 어느새 집에서 길로 바뀌어 있었고, 나란히 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있었던 일들, 이별하던 시기의 심정 같은 것. 그는 특유의 편안함으로 날 안도시켰다. 

꿈의 내용을 기록하지 않은 채 시간이 꽤 지나버려 디테일한 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역시 미리 정리해둘 걸.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장면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이제라도 다시 얼굴 보며 편한 관계로 지내자, 언제든 힘들거나 불편하면 그만두어도 돼, 라고 하던 그의 목소리. 어렴풋이, 다시 만나자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모르는 길을 걸으며 손을 맞잡던 모습도 있다. 

왜 이런 꿈을 꾼 것일까. 그것도 도쿄에 돌아와 오랜만에 혼자 잠을 자던 그 날 밤. 분명한 건 정말 기묘할 만큼 편안한 느낌의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서재를 정리하는 일도, 그의 목소리의 높낮이도, 내게 보여준 미소도, 전달되던 손의 온기도. 

어쩌면 나는 보통의 안정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삶의 문제로 쓰러질 듯 힘이 들때 몇 번이나 떠올렸던 그의 얼굴이 꿈에 나타난 건 당연한 일일지도. 현실에서 다시 그를 만난다는 건 가능하지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인 걸 안다. 그러나 그와 있을 때 느꼈던 끝없는 편안함이 종종 그리웠던 건 사실이다. 모르는 새에 내가 많이 지쳐있었나보다. 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덧글

  • 2018/01/15 21: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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